미국 공대 대학원 유학 생활

타인이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조금은 당혹스럽다. 왜냐하면 그다지 이야기할 만한 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대학원에 머물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특별히 추억할 만한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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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처음 학교에 도착하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옷가방 두 개에 책과 옷가지를 가득 담아 미국 남부 Alabama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고, 현지 유학생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짐을 풀 수 있었다.

이후 로터리 인터내셔널 하우스로 이동해 숙소를 정하면서 본격적인 유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근처 슈퍼마켓을 찾아가고, 한국에서 송금받기 위한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초기 1~2년 동안은 그래도 추억거리가 조금은 있었다. 가끔 유학생들이 모여 술자리도 갖고 카드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기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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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해되지 않는 미국 교수들의 수업을 따라가던 기억도 생생하다.

첫 학기에는 수학 과목 위주로 수강해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둘째 학기에는 학과 내에서 연구가 활발한 교수의 핵심 과목을 수강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시험은 다가오는데 노트 필기만으로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초조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인도 학생의 노트를 빌려 볼 수 있었고, 그것을 통해 내용을 이해한 뒤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또 교수들은 학기 말마다 컴퓨터 프로그램 과제를 요구하곤 했다. 당시에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BASIC 프로그래밍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프로그램을 작성해 과제를 제출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매 학기마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고, 한 학기 한 학기가 위기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학문을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학기 중에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낮에는 RA로 수행해야 할 실험이 있었고, 밤에는 수업 공부를 해야 했다. 주말도 휴일도 없는 생활이었다.

추수감사절 같은 공휴일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캠퍼스 전체가 텅 비곤 했다.

하지만 공휴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된 생활이 한 학기, 1년, 그리고 몇 년의 세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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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금속공학 연구실에서 수행했던 실험은 상당히 위험한 작업이었다. 1,500도에 이르는 고온에서 금속을 녹여 쇳물을 만들고 이를 주형에 붓는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안전사고 없이 연구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 대학원 생활은 낮에는 RA나 TA로 연구를 수행하고, 밤에는 수업을 준비하는 생활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이 1년 365일 계속되기 때문에 연구 성과가 크게 나오지 않는 시기에는 더욱 힘들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늘 시험과 연구 결과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박사과정으로 입학하면 보통 3~5년 정도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따라서 실력뿐 아니라 건강과 약간의 행운도 필요하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가족이 건강해야 하고, 싱글이라면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큰 문제 없이 굴러가 주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은 다르지만 각자 나름의 어려움을 안고 생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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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 중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은 청교도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라여서 생활 전반에 기독교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학교가 텅 비는 모습이나, 의외로 술집이 많지 않은 풍경에서도 그러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라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미리 이해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미국 유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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